지난 일요일, 남편이 나를 데리고 인천 계양산으로 등산을 갔다.
계양산은 높이 394m로 강화도를 제외하고 인천광역시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해서 저질체력의 소유자인 나는 지레 겁을 먹었지만, 남편이 초보자도 갈 수 있는 등산 코스라고 해서 함께 출발했다.
원래 더 일찍 일어나서 갔다 오려고 했는데, 늦잠을 자고 이래저래 준비하다 보니 10시가 넘어 출발을 했다.
차를 몰고 가면서 계산역 근방을 지나가니 여기저기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많이들 걷고 있었다. 저 사람들 다 계양산 등산하는 사람들인가 보다... 사람 엄청 많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공영주차장에서 차가 막히는 것을 보고 좀 더 일찍 올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일요일은 역시 어딜 가든 일찍 나서야 해.
계양산 인근에 주차장이 여러 개가 있는 것 같았는데, 우리는 등산코스 초입에서 가장 가까운 계양산 공영 주차장(아래 지도 참조)에 차를 대기로 했다. 너무 멀리 댔다간 등린이인 내가 초반부터 퍼지면 안 되기에......
위치는 계양산성 박물관 바로 맞은편에 있고, 꽤 넓은 편이긴 하지만 휴일이라 만차가 되어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한 15분가량 기다렸다. 그래도 제일 가까운 공영 주차장이라 매우 편리하기는 했다.
계양산 공영주차장
주소 : 인천 계양구 계양산로102번길 4 계양산공영주차장 (인천1호선 계산역 5번 출구에서 596m)
최초 30분까지 : 600원
30분 이후 15분당 : 300원
전일 주차권 : 6,000원
주차장에서 나와 길을 건너자마자 계양산성 박물관이 보이고, 계양산이라고 적힌 비석(?)이 보였다. 여기가 입구구나.
이 비석 좌측으로 올라가는 길이 잘 닦여있어 바로 올라가도 되는데, 이쪽으로 올라가면 돌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오는 듯하다.
그리고 바로 앞에 종합안내도가 있는데 대충 살펴보니 등산코스가 여러 개인 것 같았다.
우리는 초급코스로 가기 위해 계양산 비석과 종합안내도를 지나 좀 더 좌측으로 가면 나오는 나무계단 쪽으로 올라갔다.
응... 근데 시작부터 계단이네... (불안)
나무 계단을 올라가니 잠시 평탄한 길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계단...
올라가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올라가면 좋을 것 같았다. 평소에 운동 안 하다가 그냥 올라가려니 초입부터 살짝 숨이 찼다.
초입부터 계단을 오르다 보니 숨이 찼지만, 나 빼고 다들 가볍게 올라가는 듯했다. 역시 저질체력인 나...... 최대한 사람을 피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일요일이라 등산하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계단을 좀 오르다 보니 육각정이 보이고 우측으로 동산이 보였다.
계단만 오르다 평지가 보이니 너무 좋았다. 일단 살짝 열이 오르기 시작해서 물도 마시고 겉에 입었던 옷을 얇은 옷으로 바꿔 입었다.
처음엔 오전이라 추워서 남편이 이번에 사준 ACG Rope de Dope를 입고 올랐는데, 임학공원 정도 올라가니 살짝 더워져서 ACG 잠바를 벗어 배낭에 넣고, 바람막이(콜롬비아 옴니테크 앰플 드라이 재킷)로 바꿔서 입었다.
정상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남았는데, 이 정도만 올라도 아래 풍경이 좋다. 그치만 더 올라가면 더 좋겠지...
사람 없는 틈을 타 육각정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아직 여정이 한참 남았기에 사진만 얼른 몇 장 찍고 다시 올라갔다.
사람들의 행렬.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저기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위에 철탑 있는 곳이 계양산 정상, 우리의 목적지다. 그러니까 아직 한참 남았다는 이야기.
계양산 정상까지 1.4km 남았다는 이정표.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잘 알려준다.
계양산성 안내도도 있고, 계양산성 탐방로도 있어서, 이곳까지는 초반에 계단만 빼면 그냥 슬렁슬렁 산책 정도로 오기 좋은 것 같다.
이날따라 미세먼지가 없었는지 하늘이 쨍하고 파랗게 나와서 사진을 계속 찍었다. 물론 아직까진 많이 힘들지 않아서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지....... 나중에 계단지옥에서는....... 또르르......
다시 올라가 보자.
올라가다 보니 팔각정이 있고 거기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갈만한 구간.
멀리 보이는 우리의 목적지 계양산 정상 사진도 찍고, 아직까진 여유가 있다.
계속 올라가다가 처음 나오는 내리막 구간.
저기 보이는 철탑까지 한참 더 올라가야 하는데 왜 내려가는 거죠....... 내려가면 그만큼 더 올라가야 하는데요 ㅠㅠ
하지만 올라가기만 하는 게 어딨냐며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라며, 다독이는 남편.
계양산 등산코스를 올라가다 보면 중간에 쉴 수 있는 쉼터가 있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자 남편이 하느재쉼터에서 잠시 앉아서 홍삼양갱을 먹으라고 했다. 보급을 안 하면 당 떨어져서 못 올라간다고...... 여기까지 오는 데 왠지 나 혼자 힘들어하는 느낌? 더워서 입고 있던 콜롬비아 바람막이 마저 벗어버렸다. 이정표를 보니 여기서 정상까지 0.8km 남았구나.
인천종주길 푯말도 보여서 한번 찍어 봤다.
내가 가는 길이 인천종주길이었구나.
근데 여기까지도 난 힘들었는데, 더 올라가 보고 나서 뒤늦게 알았다. 여기까지 힘든 건 힘든 게 아니었구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계단지옥이 펼쳐진다. 헉헉.
이 구간부터는 나 말고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한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후후. 왠지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위안(?)이 되는 구만.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보며, 남편이 등산스틱을 꺼내줬다. 등산스틱에 의지를 하니 한결 올라가기 쉬워졌다. 아, 이래서 등산스틱을 쓰는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한참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 가까워져 왔다. 중간에 많은 것이 생략(?)된 것 같은 기분인데, 그 구간 동안은 사람도 많고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이 정도면 이름을 계양산이 아니라 계단산이라고 지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냥 남들이 빠르게 오르건 말건 내 페이스 대로 천천히 올라갔다. 중간에 남편이 내 배낭마저 들고 올라갔고, 나는 최대 심박이 170까지 올라갔다.
계양산 정상 근처에 하드랑 쭈쭈바, 생수도 팔고 있어서 신기했다. 근데 이건 셀프 시스템인가??
드디어 계양산 정상에 도착!! 한 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계펠탑(?)이라고 불리는 통신탑도 사진 한 장 멋들어지게 찍어줬다. 하늘이 파래서 예쁘게 찍혔구만.
정상에 오르면 비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게 국룰(?)인 것 같던데. 일요일이다 보니 정상에도 사람이 바글바글 많아서 앉아서 쉴 곳이 없을 정도였고, 비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쫙 서있었다.
잠시 물이랑 에너지바를 먹으며 쉬고 있는데 강아지가 쪼로록 비석 위로 올라가서 포즈를 취하는 게 아닌가. 보니까 많이 해 본 솜씨인 것 같았다. 너무 귀엽고 두부 생각도 많이 났다. 우리 두부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아마 같이 왔다면 두부도 힘들고 우리도 두 배로 더 힘들었을 것 같아서 안 데려오길 잘했다는 결론.
망원경도 있던데, 그냥 눈으로 내려다봐도 예뻤다.
이래서 힘들게 산을 올라오는 건가.
아직 등산을 즐기지 못하는 나는 그래도 파란 하늘과 풍경을 보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약간 이해(?) 해 보기도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이쁘네!!!
사람이 많아서 붐비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는 정상 비석 앞에서 사진을 안 찍고, 사람 없는 구석에서 조용히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잠깐의 휴식 후 내려오는 길도 쉬엄쉬엄, 조심히 무릎 아프지 않게 내려왔다. 우리 부부 둘 다 요즘 무릎이 아픈 관계로, 등산스틱뿐 아니라 무릎 보호대도 차고 조심히 내려왔는데, 확실히 보호대랑 등산스틱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올라간 코스 그대로 다시 내려와서 주차장 앞에서 마지막에 찍어 본 계양산성박물관 사진을 끝으로 등산을 마무리했다.
- 확실히 계단이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나 같은 저질체력 초보자도 갈 수 있는 등산 코스였다.
- 맑은 날에 가면 사방이 뻥 뚫린 풍경을 볼 수 있다.
- 주말이나 휴일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피하거나 아침 일찍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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