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남편이 휴가를 내고 함께 관악산을 가자고 했다. 요즘 날이 풀리고 등산 시즌(?)이 되어서 그런지 주말에 산에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고 해서 평일에 갔는데, 역시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싫어하는 우리에겐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는 극 저질체력 등린이라 관'악'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남편이 가장 쉬운 코스를 알아두었다고 해서 용기를 내서 함께 갔다.
관악산
높이는 632m, 북한산 남한산 등과 함께 서울 분지를 이중으로 둘러싼 자연의 방벽으로 옛 서울의 요새지를 이루었다. 최고봉은 연주봉이며, 산세는 험한 편이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도심에서 가까워 많은 등산객이 찾는 산이다.
등산 코스 (초보 추천 코스)
우리가 간 코스는 과천향교에서 시작해서 연주암과 연주대 정상을 찍고 서울대 공학관 방향으로 하산하는 경로로 잡았다.
(과천향교 - 연주암 - 연주대 (정상) - 서울대 공학관) : 약 4시간 코스
보통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가는 코스가 과천향교에서 출발하거나 서울대 공학관 쪽에서 출발하는 코스인 것 같은데, 과천향교에서 올라가서 서울대 쪽으로 내려와 보면서 느낀 점은, 서울대 쪽에서 정상까지 길이 훨씬 짧으나 경사가 더 급해서 깔딱고개라고 부르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나 같은 저질체력은 과천향교에서 출발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과천향교에서 정상까지는 경사가 덜 한 대신 경로가 길어서 좀 더 한참을 올라가는 느낌이었지만.
참고로 사당에서 올라가는 코스는 남편이 전에 혼자 갔었는데,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는 눈까지 있어서 아이젠을 차고 올라가서 더 힘들었던 듯한데, 아무튼 등산 초보자들에게는 과천향교에서 올라가거나 서울대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우리가 등산하는 출발 지점과 하산하는 지점을 다르게 잡았기 때문에 이날은 차를 집에 두고 지하철로 과천까지 이동을 했다. 과천향교에서 출발하려면 지하철 4호선 과천역이나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리면 되는데, 우리는 오매김밥 집이 유명하다고 해서 김밥을 사 가기 위해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려서 2번 출구로 나와, 김밥을 사 들고 출발을 했다.
정부과천청사역 1번이나 2번 출구로 나왔다면 큰 길을 건너 소방서가 있는 방향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표지판에 관악산이 표시가 되어있어 방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차 정보
과천향교 방향으로 가다보면 주차장이 있다. 우리는 내려가는 방향이 달라서 주차장을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3월 31일까지는 한시적으로 무료운영을 하고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과천향교
주차장에서 조금만 더 이동을 하면 과천향교가 금방 나온다. 입구에 관학산 종합안내도가 있어서 살펴보고 갔다. 우리가 갈 코스는 제1등산로 코스로, 산의 계곡을 타고 올라가는 코스이다. 과천향교에서 연주암까지 2.7km, 연주대까지 3.2km라고 표지판에 안내되어 있다.
과천향교 근처에는 먼지를 털 수 있는 에어건이 구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출발하는 지점이라 이용하지 않았지만 과천향교방향으로 하산한다면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과천향교와 그 앞에 자리하고 있는 보호수가 멋있었다.
과천향교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제부터는 산행 시작이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올라가는 동안 탁 트인 풍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큰 바위들과 계곡을 볼 수 있어서 나름 좋았다.
초반에 흙길을 조금 걷다 보면 돌계단 길이 나온다.
과천향교에서 690m 올라온 지점, 연주암까지 1.96m 남았다. 등린이는 벌써 힘든데?? 이제 초반이라고;;
남편은 잘 걷는데, 초반부터 후달리는 나는 등산스틱을 꺼내 들었다.
이제 데크 계단이 펼쳐진다. 걷기 좋은 구간.
다리로 계곡을 몇 번 넘어가며 계속 올라간다. 아직은 덜 힘들었는지 남편 뒷모습 사진을 계속 찍으면서 올라갔다.
그 후로 계속되는 돌계단들. 너덜길과 돌계단길이 계속 펼쳐진다.
그리고 어느덧 도착한 약수터.
약수터에서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더워서 옷도 벗어서 가방에 넣고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재정비를 했다.
그리고 다시 돌계단 바위길이 나온다. 엄청 심하게 가파른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학교 방향에서 올라올 때의 깔딱 고개와 비슷한 길이기에, 잠시 쉬고 재정비를 한 후에 오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데크 계단이 보인다면 이제 연주암에 거의 다 와간다는 뜻! 데크 계단 반 정도 올라간 후 고개를 들어 멀리 보니 절 지붕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주암
드디어 연주암 도착!!!!
등산객들이 이곳에 앉아서 많이들 쉬고 있었다. 우리도 연주대에 올라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저곳에 앉아서 쉬었다.
참고로 연주암 매점에 컵라면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컵라면이랑 보온병이 물을 싸가지고 가서 정상에서 먹을 예정이라 사 먹지는 않았는데, 다음번에는 무겁게 싸가지 말고 연주암에서 컵라면 하나 사 먹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앉아서 쉬면서 찍어본 풍경이다.
잠시 쉬면서 다정하게 발 사진도 찍어 보았다.
이제 거의 다 왔음!! 진짜로!
연주암을 지나 다시 정상으로 올라갔다. 돌계단이 쭉 펼쳐진다. 관악산은 진짜 돌이 많구나. 올라오면서 흙길은 거의 없었고, 계속 돌을 밟고 올라온 것 같다.
연주대까지 500m 남았다는 표지판이다. 오른쪽 방향으로 내려가면 사당전철역 방향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우리는 정상으로 계속 걸어 올라갔다.
올라갈 때 힘들어서 제대로 못 봤었는데, 위 사진에서 남편 좌측으로 서울대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우리는 하산할 때 왼쪽 서울대 방향 쪽으로 내려왔다.
일단은 정상까지 계속 올라가는데 앞에 무거운 지게 짐을 지고 올라가시는 아저씨가 보였다. 맥주를 잔뜩 실은 것 같던데, 이렇게 힘든데 저 무거운 걸 어떻게 지고 올라오신 건지 감탄만 나올 뿐.
연주대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연주대가 멋있게 보이는 전망대가 있어서 사진 한 방 찍고 올라갔다. 바위 벼랑 위에 있는 연주대 모습이 멋있었다. 나는 더워서 옷은 다 벗어버린 상태고, 얼굴은 시뻘게져서 사람 몰골이 아닌 것 같았다.
계곡을 타고 올라와서 탁 트인 풍경을 볼 수 없었는데, 드디어 탁 트인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보이는 저곳은 과천 경마장인 걸까?
정상 (연주대)
드디어 정상 (연주대) 도착!!
주말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사진을 봤었는데, 역시 평일이라 정상석 사진도 여유롭게 찍을 수 있고 좋았다.
바위산답게 정상도 바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등린이 인생에 현재까지 직접 오른 산 중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바위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탁 트인 멋진 뷰! 정면에 관악산 기상 레이더 관측소도 보인다.
정상에 앉아서 김밥과 챙겨 온 컵라면을 점심으로 먹었다. 힘들게 땀 흘리고 나서 먹으니 참 맛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산을 오르나? 산에서 먹는 컵라면이 그리 맛있다더니만.
정상에서 멋지게 인증샷도 찍었다. 나보다 남편 사진이 더 멋있네!! 내가 잘 찍어 준 듯. (뿌듯)
하산 (서울대공대 방향)
하산은 과천향교보다 조금 더 짧은 코스인 서울대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연주암에서 올라왔던 방향으로 다시 조금만 내려가면, 우측에 서울대 방향으로 빠지는 길이 보인다.
제대로 된 안내판은 아니지만 저렇게 안내를 붙여놔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안 그랬으면 올라올 때 힘들어서 제대로 못 봐서 서울대 방향으로 가는 길을 못 찾을 뻔했다.
뒤돌아보니 연주암에서 연주대로 올라갔던 돌계단이 쫙 보인다. 저쪽으로 내려가면 올라왔던 방향(과천향교 방향)으로 다시 내려가는 것임.
중간중간 이정표가 있어서 서울대 공학관 방향으로 쭉 내려가기 좋았다. 연주대에서 10분 내려왔고 서울대 공학관까지 50분이라고 안내되어 있으니 하산하는 시간은 약 1시간이 걸리는 코스이다. 우리는 쉬엄쉬엄 내려와서 조금 더 걸렸을지도.
서울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역시 데크 계단이 쫙 펼쳐진다. 이곳으로 올라왔다면?? 아마 등린이인 나는 엄청 힘들어했을 듯...
그리고 바위 길도 한참 걸었다. 과천향교 방향에서 올라올 때의 느낌이랑 거의 비슷하긴 했는데, 조금 더 경로가 짧은 대신 경사가 있는 느낌? 그렇지만 서울대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초보자들도 많이들 선택한다고 하니, 그렇게 많이 어려운 길은 아닌 듯하다. 우리는 하산이었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기도 하고.
중간에 미끄러운 바위에는 저렇게 철심이 박혀있어서 미끄러지지 않고 발을 디딜 수 있어서 좋았다.
쉬엄쉬엄 내려가면서 돌탑도 쌓아보고. (추억도 쌓고?)
세상에.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이 있었다.
중간에 요렇게 사진도 찍고. 쉬엄쉬엄~ 급할 것 없이 올라갔다 내려오니 좀 힘들었지만 참 좋았던 산행.
바위만 밟다가 드디어 흙길을 밟았다. 이제 거의 다 내려왔다는 신호.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가 보이면 하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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